
성 명 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민의 알권리 증진이다. 특히 KBS는‘공영방송’의 지위를 유지하며 ‘국민방송임’을 자처한다. 공정한 보도와 사실 전달의 측면에서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또한 ‘국민방송’을 자처하는 만큼 국민통합의 의무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 KBS에서 6.25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낸 기사는 다음의 내용이다. “전쟁 통에 지도자는 망명 시도…….선조와 이승만.” 석혜원 기자의 기사이다. 이 기사는 한국으로 치면 ‘면’에 해당하는 일본의 어느 지방의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을 근거로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망명을 신청했다며 건국 대통령이 선조와 같은 ‘암왕’이었다고 말 하고 있다.
안타깝다. 우선 기자가, 그것도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어느 인터넷 신문의 기자도 아닌 ‘공영방송 KBS의 기자’가 진실 여부의 확인은커녕, 출처의 신빈성에 대한 검토도 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또한 6월 25일이라는 날짜가 주는 상징성에도 불구, 국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인식에 혼란을 주는 기사를 낸 것이 이차적으로 안타깝다. 이것이 공영방송 KBS의 역량이란 말인가. 6.25에 관한 자료들은 한국, 미국, 일본의 ‘정식 기록문서’에 모두 저장되어 있다. 누가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과오가 있었는지가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석혜원 기자는 사실여부 판단조차 무의미한, 그러나 본인이 보고 싶은 기록을 자료 근거로 삼아 섣부른 기사를 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암울한 사실은 석혜원 기자와 그 기사의 발행을 허가해준 KBS보도국의 역사인식 수준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일생의 절반을 일본과의 싸움에, 나머지 절반은 공산·전체주의와의 싸움에 바쳤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의‘기만성’과 ‘잔혹성’을 폭로하고 ‘진주만 공습’을 예견한 저서 『JAPAN INSIDE OUT』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극일’과 ‘반공’을 기치로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석혜원 기자는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한 이 대한민국 땅에서 ‘자유와 번영’을 공기처럼 누리고 살고 있다.
6.25전쟁 발발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75세 노령의 몸이었다. 그리고 건국 2년 차 대한민국에는 국가위기 해결을 위한 어떠한 국가안보시스템도, 매뉴얼도 없었다. 오늘날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중앙정보국도 없었으며 작전을 직접 지도하고 수행할 합동참모본부도 없었다. 스탈린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의 막강한 전투기와 전차에 맞설 전투기 한 대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 발발 이후 사흘간 확전을 대비해 해군 구축함을 불러들였고, 미국을 압박해 필요한 무기와 장비, 그리고 전투기(F-15)를 지원받았다. 우리가 착각해서는 안 될 사실은 당시 한국과 미국은 동맹도 뭣도 아니었고 미국은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유민주국가들 간의 반(反)공산주의의식이 냉전 때만큼 큰 것도 아니었다. 당시 미국에게 소련은 ‘2차 대전을 함께 승리로 이끌었으나 견제해야 할 나라’ 수준이었다. 요약하자면 미국이 한국을 도와 줄 유인은 ‘굳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남침 직후 대통령으로서 국가원수로서 그리고 국군통수권자로서의 활동은 매우 적절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적확히 해냈다.
석혜원 기자의 기사는 전형적인 언론 포퓰리즘이다. 젊은 세대에게 왜곡된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언제나 국민들을 자극하기 좋은 친일 프레임. 이 두 가지가 잘 버무려진 기사는 6.25 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들불 번지듯 공유되며 퍼져나갔다. KBS는 문제가 되는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선동은 한 문장이면 충분하고 그 한 문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열 줄의 문장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미 국민들의 인식은 또 한 번 왜곡됐다. 석혜원 기자와 KBS 보도국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