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그렇다면 한국 힙합과 미국 힙합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미국에서는 문화장르가 문화적, 시대적인 필요성에 의해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미국에 이러한 장르가 있으니 이제 수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허세 쩌는 친구들에 의해 수입이 됐다. 이건 힙합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르가 다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한국 힙합은 한국사회 전체의 열패감이 가장 잘 녹아 있다. 문제는 어디에 분노해야 하는지 왜 분노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힙합을 실질적으로 수입해 왔던 90년대 아이들은 그냥 찌질이들이었다. 인종차별을 당해보지도 않았고 밖에 나가 무장투쟁을 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좋지 않은 생활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보지도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힙합의 정형은 1990년대 말 PC통신 찌질이들이 만들어놨다. PC통신에 의해 수입된 힙합은 현재 인터넷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힙합은 일베의 스피커이며, 미국 힙합과 달리 온라인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Q. 한국 힙합과 온라인과의 관계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 사실 온라인의 분위기는 진보적인 것 같지만 더 큰 그림자는 지금 대한민국 힙합의 주요 고객인 남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열패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거다. 그래서 21세기 대한민국 힙합의 얼굴은 일베의 얼굴이다. 왜냐하면 남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토양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나를 주먹으로 때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 외에 것들에게는 스웨거(Swagger·허세 가득한 몸짓으로 음악을 하는 멋쟁이라는 뜻의 신조어)를 날린다.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렇다는 거다.
Q. 가사가 대개 서사적인 느낌이 있다. 국문과 출신이라서 그런가. 음유시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 팟캐스트를 통해 내 국문과 시절에 대한 말을 여러 번 했다. 평점 2.4다. 그렇기 때문에 국문학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 국문과에 진학한 이유는 사실 내가 10대이던 시절 PC통신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만든 가사를 보면 토가 나오게 유치했다. 나는 그 유치한 가사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대중장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대중문화의 특성을 제대로 못 본 것이다. 아무리 유치한 음악이고 가사라 할지라도 자본의 힘이나 미디어의 힘을 통해 밀어주면 대세가 된다. 그게 지금의 한국 힙합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말도 아니고 한국의 정서도 아니고 그냥 마이크를 잡고 흔들어대고 싶어서 하는 게 현재 한국의 힙합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여성 비하와 패륜랩과 같은 일베 정서라도 힙합에 붙어있다. 이렇게 된다면 힙합이 가지는 강점은 가사가 많다는 것밖에 없다. 가사가 많으니 산문문학이 된다는 가능성을 빼고 우리나라에서 힙합의 ‘긍정적인 특색은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