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담동 한 술집 앞에 검은색 차량 6대가 갑자기 줄지어 들이닥쳤다.
곧이어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 십여명이 술집 안으로 난입한 뒤 종업원들을 위협해 한곳에 모았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남자들은 종업원들에게 “오늘 새벽 이곳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가해자들이 누구냐?”고 다그쳤다.
곧 가해자 신원이 밝혀졌다. 서울 북창동에 있는 유흥주점 임원과 종업원들이었다.
남자들은 보스인 듯한 중년 남자의 지시에 따라 몇 군데 연락을 취한 뒤 북창동 유흥주점 종업원 5명을 청담동 술집 ‘현장’으로 불러냈다.
저녁 8시였다. 일행은 다시 이들을 차량에 태운 뒤 청계산 자락에 있는 한 공사장 창고 건물로 끌고 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라이터 불을 켰다. 불은 건장한 남자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종업원 5명의 얼굴을 차례로 비췄다.
곧이어 어둠 속에서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번갯불 같은 섬광이 일었다. 전기충격기였다.
라이터 불빛 너머로 양복 입은 남자들 손에 쇠파이프와 몽둥이 등 흉기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종업원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라이터 불빛 속으로 한 중년 남자가 불쑥 나섰다. 모자와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긴 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었다. ‘한국화약(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었다.
“내 아들 때린 놈이 누구야?”
액션활극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나지막하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는 종업원들에게 김 회장은
“내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네놈들도 눈을 좀 맞아야겠다”며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두 팔이 붙들린 종업원들의 눈을 집중 가격했다.
낮은 신음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한 종업원이 울기 시작했다.
“전 그냥 종업원인데, 우리 전무님이 가서 사과하고 대충 몇 대 맞고 오라고 해서 온 것뿐이에요. 살려주세요.”
자초지종을 캐물어 대강의 상황과 아들을 폭행한 가해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한 김 회장 일행은 곧바로 북창동 유흥주점으로 달려갔다.
밤 10시 북창동 유흥주점 앞, 다시 번쩍거리는 검은색 최고급 세단의 행렬이 들이닥쳤다.
김 회장과 눈에 붕대를 댄 아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10여명의 건장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전자충격기와 쇠파이프 등 흉기를 들고 줄줄이 차에서 내려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검은 정장 청년들’은 술집 주변에 병풍처럼 늘어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술집은 저항 없이 순식간에 장악됐다. 선두에 선 선글라스 차림의 김 회장이 소리질렀다.
“다 나와, 이 자식들. 북창동을 다 없애버릴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다 여기서 무릎을 꿇을래, 아니면 가게 문 닫을래?”
멈칫하던 종업원들이 복도에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곧 김 회장 아들 폭행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조 전무’가 김 회장 앞으로 불려왔다.
김 회장은 조 전무를 룸 안으로 데려갔다. 곧이어 고성과 함께 뺨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세 차례 들려왔다.
김 회장은 곧이어 새벽에 폭행을 당했던 아들을 불러 “네가 맞은 만큼 때려라”고 일렀다.
곧 룸 밖에서도 분명히 들을 수 있는 ‘퍽, 퍽, 퍽’ 하는 폭행 소리가 새어나왔다.
2시간여 공포의 폭행이 계속되던 밤 12시,
경찰관 몇 명이 술집 안으로 들어와 “112로 폭행신고가 들어왔는데, 신고한 사람이 누구예요?”라고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곧이어 업소 사장이라는 남자가 나서 “우리 종업원끼리 잠깐 다퉜는데, 누가 오해하고 신고를 한 것 같다”고 둘러댔다.
경찰관들은 ‘조심하라’는 경고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곧이어 김 회장은 종업원들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시킨 뒤, 스스로 ‘폭탄주’를 만들어 조 전무와 폭행당한 종업원들,
그리고 자신의 아들과 함께 건배를 했다. 그러곤 ‘서로 때리고 맞았으니 이제 남자답게 화해하고 없던 일로 하자’고 제안한 뒤
‘술값’이라며 100만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