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안희정 관련 뉴스가 무척 실망스러운 이유>
초등학교 1학년 쯤 되면 산수 시간에 숫자 2가 큰지 3인 큰지, 혹은 5가 큰지 8이 큰지를 알아 맞추는 법을 배운다. 좀 더 고학년이 되면 숫자 0.3이 큰지, 1/3이 큰지도 알아 맞추는 법을 배우고, 나아가 2+3이 큰지 2X3이 큰지도 배운다.
한참 지나 고등학생 쯤 되면 로그 값과 2차 방정식의 해 중에 어느 것이 더 큰지를 알아 맞추는 법도 배운다.
이런 일련의 훈련은 실제 사회 생활에서 써먹으라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다만 논리적인 훈련으로써 일상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판단의 순간에 써먹을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과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훈련을 엄청나게 되풀이 하고도 실제 써먹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사라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주 내용은 라이언 일병을 구해오라는 명령을 받은 8명의 소대원이 라이언 일병은 구하는 대신 전원 전사하는 이야기다. 과연 이 여덟명의 군인의 목숨은 라이언 일병의 목숨 보다 가벼운 것 이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라이언 일병에게 하나의 우주가 있다면, 전사한 여덟명의 군인들에게도 각각 하나씩, 8개의 우주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군 수뇌부에서는 더 많은 군인을 징병하고, 또 전쟁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달래기 위한 목적에서는 라이언 일병의 목숨이 나머지 여덟명의 군인들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데 다름 아닐 것이다.
인간의 판단은 얼핏 합리적인듯 보여도 실은 매우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많다. 전투기가 날아 다니면 온 도시를 폭격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레바논 내전의 와중에 지하 방공호에 숨어서 듣는 라디오에서 미국 앨라바마에 사는 어떤 소녀가 희귀병에 걸려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며 온 가족이 눈물을 삼키는 것이 보통의 인간의 감정이다.
어제는 지난 2개월 동안 물밑에서 노력했던 결과, 근 10년 만에 남북 대화의 장이 새로 열리는 엄청나게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는 날이었다. 이 남북 간의 접촉은 8천만 한민족의 평화를 약속해줄지도 모를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JTBC는 가장 중요한 저녁 뉴스의 거의 대부분을 여당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데 할애했다. 결코 이 성폭력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논리적으로 훈련해 온 "둘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더 중요한가"라는 물음을 놓고 볼 때 이 사건이 남북대화, 더구나 북측 최고 책임자 접견을 능가할 사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JTBC는 여전히 시청자들이 '던져주는 떡밥에만 반응한다'는 잡아 놓은 물고기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어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성폭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엄청나게 나쁜 짓이라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평화와 성폭행 중에 '우리 국민들에게'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사안인지 정도는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뉴스를 편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