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두 차례 북한 방문, 올해도 간다
2015년 평양에서 백두대간 사진전
구례 산동면서 외국인 지리산 가이드
뉴질랜드 ‘찔라이’(방랑자) 별명 붙여줘

<조사기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물어보니 로또를 꺼내 보이는 로저 셰퍼드. ⓒ노진경>
로저 셰퍼드(Roger Shepherd)는 뉴질랜드 인으로 남한사람도 할 수 없고, 북한사람도 할 수 없는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그 기록들을 모아 책을 만들고, 사진전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으로 평양에서 사진전도 했다. 지난 9일 전남 구례에서 그를 만났다.
“1999년 처음 남한에서 1년 동안 교사로 근무하던 중 초록색 안내 표지판에 적힌 백두대간이라는 글자를 보고 처음 관심을 가졌다.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가 경찰로 근무를 하다가 2006년 휴가 때 다시 백두대간을 찾았다. 2007년에 뉴질랜드에서 백두대간 책을 내고 2009년부터 여기서 살게 되었다. 총 열두 번 북한을 방문했다. 올해도 북한을 갈 계획이다. 산을 찾아다니는 나에게 북한사람들이 제2의 김정호라고 부른다.”
그는 한국말도 제법 잘하고 한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백두산 파르티잔(빨치산)의 시크릿 캠프(비밀 아지트)를 이용한 5박6일 하이킹코스를 만드는 계획도 세우는 중이라고 한다.
“남쪽과 달리 북한의 산들은 옛길만 있다. 버섯이나 약초를 찾으러 가거나, 차가 없기 때문에 도보로 목적지에 갈 때만 산으로 간다. 그들에게는 하이킹의 개념도 없고, 백두대간을 걸을 때 이정표가 없어서 매우 힘들다. 북한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 산 아랫마을의 이장님이 산을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해주고, 그 가이드와 함께 산으로 간다. 저녁에는 산 아래에서 텐트로 야영을 하고 야영한 짐은 두고 산으로 올라간다.”
남쪽 사람들은 과학기술이 발전했고 정보를 많이 접해서 호랑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북한사람들은 여전히 호랑이에게 매직파워가 있는 줄 알고 있다며 ‘무당과 호랑이 이야기’를 설명해준다. 그의 과장된 몸짓과 표정은 어느 연극배우 못지않았다. 진지하지만 때론 매우 유쾌한 사람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그에게 ‘찔라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주었다. 경상도 사투리로 방랑자(wanderer)를 의미한다고 했더니 제법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식당에서 “아저씨 산동 막걸리 있어요?”라고 지역 막걸리를 찾는다. 그가 외국인인 것을 잊을 정도로 한국 문화와 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산행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고, 산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이킹과 사진촬영을 통해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한다. 사진전과 책,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사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 그는 전라남도 구례읍 산동면에 살고 있다.